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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강전자 강진규 부장입니다.
오늘은 이천에 계신 고객님의
청음실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용하시던 올닉 H-1500 II SE
포노앰프를 H-7000V ST로 업그레이드
하시면서 방문드리게 되었습니다.
포노앰프 하나 들고 출발해 돌아올
때는 나무와 스피커에 얽힌 긴
이야기를 안고 왔습니다.

고객님께서는 이천에서 하시던
사업을 정리하신 뒤 회사로 쓰시던
건물을 목공 작업실과 청음실로
사용하고 계십니다. 작업실에는
각종 목공 기계가 자리하고
벽에는 끌과 손도구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여기저기 쌓인
목재와 작업대에 남은 흔적들을
보니 이곳에서 보내시는 시간이
상당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도 커다란 CNC 한 대가
눈에 띄었는데 이 기계에도
사연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청음실 정면에는 폭이 2m가 넘는
커다란 원형 혼 스피커 한 쌍이
있습니다. 앞에 서면 크기에 먼저
놀라고, 다음에는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해집니다.
여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원래는 하이엔드 제품을 써오셨다고 합니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소리를 찾다 보니
빈티지로 옮겨 가셨고 여러 빈티지
스피커를 거친 뒤에는 클랑필름 사각
혼을 직접 만들어 쓰셨습니다.
원래 금속으로 된 혼을 나무로
다시 만드신 것입니다. 그 사각
혼은 지금도 청음실 뒤쪽에
놓여 있습니다.

원형 혼과의 인연은 용산의 금강전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아방가르드
스피커를 들어보시고 원형 혼에
반하셨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지금의
스피커를 직접 만들 구상을 하셨습니다.

자작나무 합판 80여 장을 겹겹이
쌓아 원형 혼을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무를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알아보신 베트남이나 중국산 합판은
겉면만 자작나무고 속에는 다른
목재가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원하시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핀란드에서
3m 규격의 자작나무 합판을 들여오는
방법을 찾으셨더니, 이번에는 수량이
문제였습니다. 설계상 필요했던 150장은
스피커 한 쌍을 만들기에는 적지 않은
양이어도 수입하기에는 너무 적어
가격이 크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고심 끝에 인터넷 카페에 사연을
올리셨는데, 마침 청음실 공사를
맡은 업자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쪽에도 합판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함께 수입할 수량을 맞추자 가격 문제도
풀렸습니다. 필요한 시기에 서로 연락이
닿아 여러 여건이 잘 맞아들어간 셈이지요.
나무를 구하고 나니 이번에는 가공할
기계가 없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3m짜리 합판을 가공할 수 있는
CNC가 아예 없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들여오는 방법을 알아보셨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결국 CNC도
직접 만드셨습니다. 작업실에서 본
커다란 기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기계로도 끝낼 수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혼 안쪽의 곡면을 원하는 대로 마감할
방법이 없어 직접 대패로 다듬으셨다고
합니다. 대패질에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작업하시면서 어깨와
팔꿈치가 상하고, 목디스크에 허리까지
안 좋아지셨습니다.
스피커를 완성하신 날, 영화 <벤허>를
완성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합니다.
“오 신이시여, 이 스피커를 정말 제가 만든 겁니까.”

이 스피커가 바다 건너까지 알려진 일도
있습니다. 평소 소셜미디어는 전혀
하지 않으시는데, 친한 지인분이 청음실
사진을 올린 것이 꽤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얼마 뒤 그 사진을 본 일본인
오디오 마니아 한 분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스피커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방문을 허락하셨더니 그분은 근처 호텔에
숙소를 잡고 사흘 동안 청음실을
찾아오셨습니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난 뒤 꽤 큰 금액을 제시하며 스피커를
팔아달라고 하셨답니다. 고객님의
대답은 분명했습니다.
“이건 팔려고 만든 게 아니라 평생 쓰려고 만든 겁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똑같은 것을 한 조 더
만들어달라고 청하셨다고 합니다.
그 부탁도 거절하셨습니다.
합판을 구하고 기계를 만드는 일부터
반년 동안 대패를 밀어 다듬는 작업까지,
다시 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지요.
몸도 많이 상하셨는데 그 작업을
또 시작할 엄두가 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이야기를 듣고 다시 혼 앞에 섰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겹겹이 쌓인 합판의
단면과 깊게 벌어지는 곡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크기에 놀랐지만
이번에는 손으로 다듬으셨다는
디테일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혼 중앙에는 클랑필름
KL405 유닛이 네 개씩 들어간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원래 사각 혼에
쓰던 유닛으로,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에 쓰이는 미국산 더글라스
합판에 장착하셨다고 합니다. 원형
혼 위에는 웨스트렉스 2090 초기형
트위터가 자리하고 있고, 앞에 붙은
사각 혼은 알루미늄으로 복각된 제품입니다.

스피커 뒤쪽의 둥근 목제 디퓨저에도
손이 많이 갔습니다. 동심원을 따라
안쪽으로 갈수록 단차가 높아지는
구조이고, 그 높이도 주파수를 고려해
정하셨다고 합니다. 정면에서는 대형
혼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옆
으로 돌아가야 모양이 드러납니다.

나무를 다루시는 솜씨는 아날로그
기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쪽에
놓인 토렌스 턴테이블의 베이스 역시
직접 짜셨습니다. 전면의 시원한
나뭇결과 둥글게 다듬은 모서리가
오래된 턴테이블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그 아래에는 여러
카트리지가 헤드셸에 장착된 채
가지런히 놓여 있고 벽을 따라
LP가 빼곡히 꽂혀 있습니다.

여러 턴테이블 가운데 특히 좋아하시는
것은 야마하 GT-2000L입니다. 앰프에는
텔레풍켄 EL34가 꽂혀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 방문의 계기가 된
올닉 H-7000V ST가 새로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좋다는 포노앰프를
여러 가지 써보셨지만 기존에 사용하시던
H-1500 II SE보다 낫다는 만족을 얻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여러 기기를 거쳐
H-7000V ST로 업그레이드하시고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헛짓했네. 진작에 이걸로 갔어야 했는데.”

특히 무대가 넓어지고 대편성에서
악기들의 디테일이 잘 살아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날 들은 머레이
페라이어의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과
3번이 기억에 남습니다. 커다란 혼에서
흘러나온 피아노 소리는 바로 앞에서
연주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페라이어의
호쾌한 타건과 쇼팽의 섬세한
운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앨범 재킷을 올려놓은 받침도
마감이 예사롭지 않아 여쭤보니, 역시
직접 제작하신 것이라며 한마디 하셨습니다.
“이 방에 나무로 된 건 모두 내가 만든 거예요.”

청음실 정면에는 ‘목지가(木之歌)’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나무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현판에 쓰인 나무는 오랜 시간
화산재 아래 묻혀 있던 귀한 것으로
일본에서 공수하셨다고 합니다. 본래의
가장자리와 짙은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나무 위에 세 글자를 새겼습니다.

또 점심으로 초당순두부까지
사주셔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귀한 공간과 제작 이야기를 나눠주시고
점심까지 챙겨주신 고객님께 감사드립니다.
새로 들이신 H-7000V ST로 익숙한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듣는 시간이 즐거우셨으면 합니다.
저도 덕분에 잘 듣고, 잘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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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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