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 쇼팽 : 녹턴 [2CD]
쇼팽 (Frederic Chopin) (작곡가),허프 (Stephen Hough)Hyperion2021-10-21원제 : Chopin Nocturnes

스티븐 허프가 연주하는 쇼팽 녹턴 (2CD)
연주: 스티븐 허프(피아노)
CD1) 녹턴 1번 Op.9-1 ~ 녹턴 12번 Op.37-2
CD2) 녹턴 13번 Op.48-1 ~ 녹턴 18번 Op.62-2
(유작 & 위작): Lento con gran espressione '녹턴' KKIVa/16, 녹턴 E단조 Op.72-1, 녹턴 C단조 KKIVb/8, 라르게토 '잊힌 녹턴' KKAnh.Ia/6(작자 미상), 녹턴 2번 Op.9-2b(쇼팽에 의한 장식음 추가)
연주: 스티븐 허프
감춰진 비경을 들추는 능력
그의 피아니즘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초절기교를 뽐내다가도 문득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수심에 잠기고, 음악에 취해 멜로디를 탐닉하다가도 곧 포효하며 무서울 정도로 몰아 부친다. 완벽한 테크닉을 지녔지만 테크닉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려는 과시적 용모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다 그렇다고? 천만에. 허프처럼 레퍼토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다양한 표현을 일구어내는 피아니스트는 드물다. 달콤한 맛을 내는 고전적인 훔멜에서부터 몽푸의 시큼한 멜로디의 편린까지, 그는 경험 많은 요리사처럼 가지각색의 재료들이 지닌 맛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해외 음악지들은 그의 음반을 리뷰하면서 한결같이 ‘revelation(啓示)’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허프는 어떤 레퍼토리를 맡건 작곡가의 의도와 음악의 비경을 들추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자주 듣던 음악으로부터 새로운 인상을 전해주는 반면, 꼭꼭 숨겨졌던 음악으로부터는 친근한 요소를 부각시켜 마치 늘 우리 곁에 있었던 것과 같은 친숙함을 전해준다.
2021년 가을, 60세 생일을 맞이하는 스티븐 허프.
1991년 버진과의 전속 계약을 마감하고 1995년 11월 하이페리온이라는 새 동반자와 함께 25년이 넘는 세월동안 40여개의 명반을 남겼다. 이 중 네 번은 그라모폰상을 수상하고 그 중 두 번은 한 해 최고의 앨범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피아노 인생 절정기에 쇼팽의 녹턴을 연주한다”
'진정한 녹턴'과 '진정한 쇼팽'에 대한 허프의 탐구
영국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는 올해 11월 22일에 환갑을 맞는다. 하지만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시대인 요즘에 예전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21년 7월에 내한해 서울시향과 협연을 가진 것도 그 중 하나지만, 공연이나 녹음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작가로서도 활동하는 팔방미인이다. 그의 다양한 관심사는 음악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60여 종에 달하는 그의 음반은 모차르트부터 자작곡을 포함한 이 시대의 음악까지 걸친다. 그는 스스로 밝힌 바 있듯이 음악사의 '샛길'을 탐구하는 데도 적극적이며, 음악사의 '주류'에 해당하는 녹음이 오히려 더 적을 지경이다.
허프가 이전에 내놓은 쇼팽 음반으로는 후기 작품집(2009)과 왈츠 전곡(2010)이 있었다. 이번 녹턴 전곡 녹음은 2020년 7월에 이루어진 것이니 정확히 10년 만이다. 그는 여기서도 이전 두 음반의 해석 기조를 대체로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그의 연주는 모든 쇼팽 녹턴 녹음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만큼 달콤하며, 명징한 동시에 적절한 페달링을 통해 풍부한 여운을 남길 뿐만 아니라 셈여림과 템포를 대단히 섬세하게 조절해 끊임없이 물결치는 느낌을 자아낸다. 유명한 '녹턴 내림마장조, Op.9/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허프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녹턴을 진정한 밤의 음악으로, 다시 말해 위안과 휴식의 시간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대한다. '녹턴 바장조, Op.15/1'의 중간부가 보여주듯이 필요하다면 악상이 요구하는 격렬함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지만, 이 경우에도 앞뒤 단락과의 대조를 통해 악상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평온함을 한층 강조하는 맥락에서 그렇게 한다.
이 음반에 실린 쇼팽의 녹턴은 작품번호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배열되어 있다. 하지만 허프의 학구적인 시선은 단순히 출판된 녹턴 전곡에만 머물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녹턴 내림 마장조'에 작곡가 자신이 장식음을 추가한 버전(Op.9/2b)이나 작곡가 사후에 발견된 '렌토 콘 그란 에스프레시오네(길게 끌어 느리게, 폭 넓은 표현으로) 올림 다단조', 혹은 '잊힌 녹턴'이라는 별명이 붙은 '라르게토 올림 다단조'처럼 실제 작곡가가 분명치 않거나 '녹턴 다단조'처럼 아예 다른 사람(여기서는 샤를로트 드 로트실트)의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때 쇼팽의 곡으로 취급되었던 것까지 함께 수록했다.
다른 연주자에게서 접하기 힘든 이런 풍부한 보너스를 통해, 우리는 진정으로 쇼팽다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어떻게 다르며 왜 양자를 혼동하는 오류가 생겨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