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구성은 이은미 본인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웠을 때 찾아온 노래였고, 그 노래 때문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공전의 히트 여부와 상관 없이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음악인 [Ma Non Tante] (2005) 앨범 수록곡 <애 인... 있어요>를 제외하고 <헤어지는 중입니다>, <결혼 안 하길 잘했지>, <오래된 기억>, <녹턴(Nocturn)>, <죄인> 등은 이은미 스타일의 감성 발라드가 가득한 [소리 위를 걷다 1, 2] (2009~2010) 연작 EP에서 온 곡들이다.
더불어, 좋은 명곡들을 그녀의 목소리로 기록하고 싶어하는 욕심으로 라이브에서나 레코딩에서나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을 적극적으로 자기 색깔로 재해석 해내오고 있기에 그간 3장의 리메이크 앨범에서 <서른 즈음에>, <사랑한다는 말>, <찔레꽃>, <무정블루스> 등 4곡이나 담아냈다.
가장 사랑받는 곡 <녹턴(Nocturn)>이 A면 첫 번째 트랙에 적절하게 자리했다. 이 곡은 발매 당시 당장의 인기는 없었지만, MBC드라마 <민들레 가족> OST로 사용되며 대중적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최근 KBS불후의 명곡 및 유튜브 등에서의 커버버전으로 여전히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표곡이다. 이어 두 번째 트랙에 배치된 작곡자 윤일상을 울게 만들었던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여지없이 그녀의 음악에 다시한번 사로 잡히고 만다.
‘어쩌면 이별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을 평생 견뎌내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적은 어느 작가의 감상처럼 진한 이별 이야기들의 깊은 곳을 찌르고야 만다.
리메이크 트랙 첫 곡은 A면 세 번째 트랙에 오른 <서른 즈음에>이다. 2000년 발매된 리메이크 앨범 [Nostalgia] 수록곡으로 라이브 셋리스트에도 자주 올랐던 곡으로, 2009년 20주년 기념 공연 중 故김광석의 영상을 틀어 놓고 이중창을 하며 울음이 터졌고, 한 번을 더 불렀던 일화도 유명하다. 이어지는 곡 <결혼 안 하길 잘했지>는 다시한번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A면 마지막 곡은 김동률의 대표곡 <사랑한다는 말>이 장식한다. [Twelve Songs] (2007)의 수록곡으로 김동률 <귀향(歸鄕)> (2001) 앨범의 대표곡이다. 원곡과 이은미의 커버 버전은 마치 같은 메뉴의 음식을 다른 요리사가 만든 느낌이다. 둘은 비슷하게 재즈적 감성과 어쿠스틱한 느낌을 베이스로 했고, 마치 이은미의 커버는 오후의 발라드와 같이 태어났다.
B면 첫 트랙에 자리한 <죄인>은 <녹턴(Nocturn)>과 함께 [소리 위를 걷다 2] (2010) 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다. 가사 내용과는 무관하게, 왠지 모르지만 임재범의 <고해>와 카운터파트(Counterpart) 같은 느낌이 드는 필자 최애곡이다.
이어지는 B면 두 번째 곡 <애 인... 있어요>는 그녀의 5집 [Nobless] (2001) 앨범 이후 4년 간의 휴지기를 거친 후 들고 나온
(2005)의 사실상 타이틀곡으로 최은하와 윤일상의 콤비가 탄생시킨 이은미의 대표곡 중 하나이다.
3번째 트랙 <찔레꽃>은 [Nostalgia] (2000) 수록곡으로, 1970년대 포크계의 신성이었던 이연실의 담백하고 애수깊은 원곡을 수많은 가수들이 커버했다. 하지만, 이은미 특유의 절절한 보이스에 실린 애틋하고 절제된 감정이 빛나는 최고의 리메이크 곡임이 분명하다.
이어지는 곡으로 감성 싱어송라이터 유해인의 섬세하고 차분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수채화 같은 넘버 <오래된 기억>이 오후의 차 한 잔 같이 지나간다. 마지막 트랙은 198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트로트 감성이 섞인 어덜트 컨템포러리 넘버 강승모 원곡의 <무정블루스>를 이은미 스타일로 재해석한 곡으로 마무리 한다.
이번 바이닐(LP)에 담겨져 있는 보석같은 10곡의 곡들은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음악적 깊이가 느껴지는 명품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녀의 내공은 이미 그녀의 음악에 스며들어 주름이 되었고,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수많은 대중들은 삶의 윤기를 더하고 있다.
연이어 발매예정인 또 하나의 바이닐(LP) 를 통해 이은미 음악의 정수를 느껴보시길 고대하며, 그녀의 아름다운 음악여정을 함께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