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오디오 메이커 중에
실바톤이 있습니다. 실바톤은 눈으로만 봐도
정말 잘 만든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외관 마무리가 좋습니다. 외관만 잘 만든
건 아닙니다. 저의 지론은 내용을 충실하게
만든 후 멋지게 포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겉만 번지르르하면 금방 들통나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실바톤은 정말 야심차게
만듭니다. 관계자가 외국에서도 유명한
오디오파일로 좋은 제품이 뭔지 아시는
분이라 어쭙잖은 제품이라면 굳이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라 봅니다. 제대로 된
제품이라야 애호가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아시는 것이지요.

실바톤(Silbatone)에서 제작한 최신 기기가
짧은 시간 사용하고 나왔습니다. DAC입니다.
모델명은 DA-103mk2입니다. 겉에는 그냥
DA-103이라 적혀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전화로만 여러 번 거래하고 뵌 적이 없는,
서로 신뢰하는 고객께서 mk2라고 하셔서,
mk1과 차이점이 뭔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앞면을 보면 1은 입력에 Ethernet이 있고
2는 Ethernet 대신 USB 입력이 둘입니다.
입력 잭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위 뚜껑의 그릴을 봐도 약간 다릅니다.
내용은 자료가 거의 없어 잘 알지 못합니다.

(신형 DA-103 mk2)

(구형 DA-103)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용을 알 수 있을까
뚜껑을 열어보았습니다. 뚜껑을 열자 바로
눈이 희동그래졌습니다. 오디오에 조금만
관심 있는 분이라면 다 아는 유명브랜드
DAC의 속이 텅 빈 깡통 같은 모습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제품 사진을
보면 앞면으로 빈 부분을 가리고 뒤에 수납된
부품만 보이도록 찍은 민망한 사진에 많이
씁쓸했었는데, 속이 꽉 찬 DA-103mk2는
어떤 것이 어떤 역할을 하여 음질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소리가 잘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은 팍팍 듭니다. 진동을 고려한
두꺼운 샷시를 절삭가공한 모습만 봐도 투자에
따른 음질은 기대감으로 충만하고도 남습니다.

붉은색 기판을 본 적 있습니까? 유럽의
초고가 제품 중 붉은 기판을 사용한 기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수입업자가 그러더라고요.
붉은 기판은 디지털 대가인 오직 한 사람이
설계해주고 몇몇 회사에서 제작하는데,
붉은 기판이 수납된 기기는 다 고가이고
음질도 아주 좋았습니다. 붉은 기판은 마치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 사람이 설계해 준 것일까요?

출력단에 진공관을 사용하였습니다. 디지털
기기의 음질을 보다 아날로그적인 소리로
만들려고 진공관을 사용합니다. 진공관은
옆면에 있습니다. 뚜껑을 열고 진공관을
빼내니 겉에 딱지를 붙였던 자국이 남아
깨끗이 제거한 후 사진을 박고 잘 모르는
진공관이라 자료를 찾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베이에 게터가 꽤 변색된 웨스턴 437A가
1565$이나 하더라고요. 수납된 진공관은
게터가 아주 깨끗한 것으로 보아, 또 딱지
자국이 남았던 것으로 보아 신품 같은데,
그렇다면 금액이 얼마나 될까요? 갑자기
손이 떨립니다. 오금이 저립니다.^^ 아주
조심해서 다뤘지요. 이 진공관이 왜 이렇게
비쌀까요? 분명 음질과 관계된다고 봅니다.
구글에 찾아보니 이런 정보가 있습니다.

“이 작은 괴물을 사용하여 15옴 LS3/5a
빈티지 스피커를 구동했다. (중략) 놀라운
음질은 많은 대형 몬스터 진공관 앰프를
능가한다. 돈을 따지지 않으면 적극 추천한다.”

가늘고 긴 암페렉스 7062 진공관도 메이커가
범상치 않은 브랜드라 기대감이 갑니다. 일반
12AT7을 업그레이드한 관으로 사이즈가 커
전류 흐름이 원활하여 음질에 더 좋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런 고가 제품을 만들면서 알아서
좋은 관을 사용했을 것이라 봅니다.
두 진공관 모두 예전 진공관 전성기일 때
제작한 메이드인유에스에이(Made in USA)로
마데인치나(Made in China)와는 확실히
격을 달리합니다.
실바톤의 본사는 성수동에 있습니다. 필요한
때 더러 가보았는데, 청계산 자락에 박물관을
겸한 사옥을 지어 옮긴다고 합니다. 더욱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고 보급하여 대한민국을
빛내는 브랜드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소리를 들어보아야지요. 반오디오 타이탄에
연결하여 들었습니다. 쏟아질 듯한 스케일
큰 음악을 들으면 잘못 조합을 이룰 때 특히
총주에서 훌섞여 뭐가 뭔지 모를 수 있는데,
여기선 가닥 추림이 잘 되고, 따라서 앞뒤,
좌우 구분이 잘 됩니다. 게리 카 아베마리아는
콘트라베이스의 밑바닥을 긁어내는 저음이
퍼지지 않고 탄력을 더합니다.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소리가
선명합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흐르는 듯
소리가 흐르지만, 진공관 영향인지 날카롭지
않고 기분 좋게 상쾌합니다. 저는 장사꾼이라
생선이 썩어도 싱싱하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은
직접 소리를 들어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반 년 좀 넘게 사용한 기기는 여전히 신품과
같습니다. 소리도 아주 싱싱합니다. 싱싱한
소리를 들으면 마음도 싱싱하고 더욱 활발할
것 같습니다. 싱싱하고 활발하고픈 분은 속히
달려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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