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다 보면 좋은 음질을 찾아
자연스레 오디오 세상에 눈을 뜨게 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더 좋은 음질로 즐기려는
열정으로 부단히 노크하는 손님들을 대할
때마다 ‘언젠가 나도 음악을 들어봐야지’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저는 오디오를 파는 장사꾼입니다. 이걸로
밥을 먹고 사니까 프로라고 해야겠지요.
능력이 뛰어나 프로는 아니고 단지 이걸로
먹고 사는 일을 하는 것으로 프로입니다.

소리를 듣고 소리를 파는 일을 하다 보니
일과가 끝난 후 쉴 때는 소리가 아닌 다른
것으로 쉬고 싶습니다. 박세리도 선수일 때
골프가 아닌 다른 것으로 쉬었을 겁니다.

이런 고객을 봤습니다. 음악을 좋아해서
33평 아파트 문간방에 초대형 스피커인
탄노이 웨스트민스터를 들여놓았습니다.
방 크기가 대략 4 x 4 m 정도일 겁니다.
이건 냉장고 속에 코끼리를 넣은 것이라
보면 됩니다. 비좁아 소파 같은 큰 의자를
들여놓을 수 없어서 좁은 판자 밑에 뭘
받쳐서 적당히 높이를 맞춰 판자에 앉아
듣는데, 기도하는 자세처럼 보였습니다.

그 고객을 오래도록 알고 지내면서 형님,
동생이 되었습니다. 형님은 아날로그를
즐겼는데, 정말 애지중지 듣습니다. 판을
올리고 바늘 솔로 바늘 먼지를 털어내고
음반 솔로 음반 먼지도 닦아냅니다. 판을
뒤집으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 후 음악을
듣는, 신을 영접하는 듯한 모습에 형수님이
“나 좀 그만큼 아껴라!” 그랬답니다.
형님과 둘이서 배꼽 빠지게 웃었습니다.
그렇게 음악도 좋아하고 오디오도 즐겼던
형님이 오디오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하던 사업을 왜 그랬는지 몇 년 후
접었는데, 애호가로서 애지중지 수집했던
음반까지 다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 생각엔 아마추어로서 음악과 오디오를
즐겼을 때는 언제나 목마르고 배고팠지만,
프로가 되니 넘쳐나는 것이 오디오이고,
그것도 판매하기 위해서 듣는 의무적인
소리이다 보니 즐겁고 좋아하던 배고픔은
없어지고 팔아야 하는 의무만 남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더듬어 생각해봅니다.
얘기가 길었는데, 짧게 말씀드리면 프로는
자기가 하는 일로 휴식을 취하지 않습니다.
대개 다른 것으로 쉬고 싶을 것입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둘 때가 있을 것이고 그때를 위하여
기기를 준비해서 음악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습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서 듣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먼저 준비한 건 스펜더 LS3/5A 스피커로,
이 모델을 생각하게 된 연유가 있습니다.
오디오로 알게 된, 사회에서 만난 분으로
많이 존경하는 수필가 선생님이 계십니다.
소아과 의사로 오래 봉직하시다 은퇴 후
수필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선생님께서 좋은 오디오를 사용하시다가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오디오한테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다 내놓으신 후
작은 로저스 LS3/5A를 사용하십니다.
선생님을 보면서 느낀 게 있어 중고로
들어온 스펜더를 판매하지 않고 언젠가
사용해 보리라는 꿈을 가지고 10년 넘게
보관만 하고 있는데, 불현듯 또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때가
오면 과연 건강해서 잘 들을 수 있을지,
그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느낀 때가 뇌리를 스친 ‘언젠가’가
온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장이
아닌 집에다 작든 크든 한 세트 준비하여
음악을 들어보려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이왕이면 좀 더 나은 오디오를 갖추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때마침 많이 좋아했던
앰프가 들어와서 그에 잘 맞는 스피커로
선회하여 스펜더는 보류하게 되었습니다.

앰프는 호블랜드 프리, 파워입니다.
이 앰프를 판매하려고 소개글을 쓰면서
이렇게 좋으면 내가 써봐야겠다는 생각에
며칠 준비한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스피커는 호블랜드와 잘 맞는 탄노이를
필두로 여러 가지를 사용해 보려 합니다.
소스는 아날로그를 할지 아니면 디지털로
할지 고민 중입니다.
사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가끔씩 올려서
공유해 보겠습니다. 앞서서 말부터 해놓고
게을러서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지만....